2026년 10월 2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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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마음이 길을 만들고, 사람과 사람을 잇다

(김영순 다문화융합연구소 소장)

지난 9월 10일부터 15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와 하이퐁에서 사람과 문화를 잇는 뜻깊은 여정을 함께했습니다. 여정은 여러 나라의 문화예술인들이 함께한 탕롱–하노이 축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축제에는 한국의 문화예술인들도 참여했습니다. 사물놀이의 힘찬 장단이 울려 퍼지고, 시니어 한복 모델들의 고운 걸음이 한국의 멋을 전했습니다. 장단을 따라 사람들이 모이고, 한복의 빛깔에 눈길이 머물고, 서로 사진을 찍고 박수를 나누었습니다. 문화는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건너갔습니다.

이번 축제는 ‘한–베 화해의 순례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화해의 순례길은 베트남 참전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희생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한국과 베트남 간의 평화의 길을 함께 걷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오늘날 한국과 베트남은 활발하게 교류하며 서로의 미래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문화를 만나고, 눈을 맞추고, 함께 웃으며 한 공간에서 시간을 나누는 경험을 통해 평화는 이러한 구체적인 만남 속에서 자라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탕롱–하노이 축제에서는 저에게도 뜻깊은 일이 있었습니다. 한–베 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공로상을 받았습니다. 이번 수상을 통해 그동안 한–베 문화교류와 평화의 길을 위해 함께해 온 시간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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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서 열린 길은 하이퐁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이퐁에서는 「한국 다시 만나기」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살아온 결혼이주여성들을 만났습니다. 한국에서 결혼과 가족생활을 경험하고, 삶의 변화 속에서 다시 베트남에서 일상을 꾸려 가는 여성들도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중요했던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었습니다. 지금 살아가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자녀를 키우면서 무엇이 가장 마음에 걸리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법률과 언어, 건강, 자녀의 심리와 학업, 일자리 등 삶의 여러 문제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사람을 돌보는 일에는 그 사람을 둘러싼 관계와 삶의 조건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날 들은 목소리는 앞으로 결혼이주여성들의 삶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돌봄과 지원의 방향을 찾아가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돌아보면 하노이와 하이퐁은 하나의 여정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탕롱–하노이 축제에서 음악과 한복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을 열었다면, 「한국 다시 만나기」에서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마음과 삶 사이의 길을 열었습니다.

이번 여정에서 만난 하노이 문묘의 오래된 반얀나무를 떠올립니다. 반얀나무는 가지를 넓게 뻗고, 그 가지에서 다시 뿌리를 내립니다. 땅에 닿은 뿌리는 새로운 기둥이 되어 나무를 받치고, 다시 가지를 뻗어 더 넓은 그늘을 만듭니다. 수많은 뿌리와 기둥이 서로를 받치며 한 그루의 큰 나무를 이루어 갑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이와 닮아 있습니다. 한 사람의 마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이어지고, 그 마음은 다시 국경을 건너 누군가의 삶에 가닿습니다. 한 사람의 마음에서 또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베트남에서 다시 우리에게로. 마음이 길을 만들고, 그 길 위에서 사람과 사람은 계속 이어집니다.

출처: 「추석 인사: 넉넉한 마음, 따스한 소식」(책읽는 마을 용옥재)의 일부 내용을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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